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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의사 그리고 공인회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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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람

나는 한의사 그리고 공인회계사다!

울산 상록수요양병원 박홍범 원장, 제54회 공인회계사 합격
유능한 한의사 그리고 유능한 회계사가 되기 위해 밤낮으로 공부
“꾸준히 노력하고 인내하면 할 수 없는 일 없어”

2019년도 제54회 공인회계사 제2차 시험 합격자가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됐다.

울산 상록수요양병원 박홍범 원장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환자들을 위해 진료를 하고, 퇴근 후에는 두 아이의 가장으로서의 역할로 바쁜 시간을 보낸 후 틈틈이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했다. 지난 6년간 쉴 새 없이 공부했던 그는 합격증서를 교부받고 드디어 관련 서적들을 접어 책장에 가지런히 꽂아뒀다.

남들이 1년 걸려서 완성할 일을 박 원장은 2년이라는 시간을 넉넉히 활용해 본인의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 공인회계사 합격 비결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제 한의사 그리고 공인회계사다. 앞으로 그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인터뷰1.jpg
상록수요양병원 박홍범 원장

Q.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한의대에 입학해 한의대생이 됐을 때도, 국가고시를 치르고 한의사가 되어서도 한의학이라는 학문 외에 다른 분야의 학문을 공부하고 싶다는 지적욕구가 있었다.

다른 학문을 취미로 공부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만약 그 상황을 맞이한다면 제대로 해보겠다는 마음이 컸고, 그 분야의 ‘자격증 획득’이라는 목표를 항상 지니고 있었다. 여러 분야의 자격증에 대해 살펴보던 중 ‘공인회계사 자격증’이 눈에 띄었고, 이를 계기로 회계사라는 전문직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됐다. 그리고 회계사 시험의 1차, 2차 구성과목들이 이상하리만큼 하나같이 마음에 들었다. 공부해야 하는 관련 서적들이 수험기간 내내 가슴을 뛰게 해줬다. 공인회계사가 돼야겠다는 거창한 직업적 소명의식이나 의무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회계사 관련 공부를 깊이 있게 하고 싶었고, 상경계열 분야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의식에서 발현된 욕심이 나를 움직였던 것 같다.


Q. 공인회계사로서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은가?

공인회계사는 주로 기업의 회계감사 및 검토, 세무조정 및 세무대리, 기업가치 평가, 컨설팅 등의 업무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개인적으로 시험을 준비할 때도 경제학, 경영학, 세법 등등 여러 과목 중 세법에 가장 호기심이 많았다. 이후 관련된 일을 하게 된다면 세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하지만 다른 분야의 일들도 가리지 않고 해보고자 하는 마음도 크다. 회계사가 하는 모든 일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어떤 일이 주어지든 기회가 닿는다면 마다하지 않고 일을 하고 싶다. 어떤 학문이든 책을 통해 배움을 얻지만 정작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일과 직접 부딪치고 경험해봐야 학문에 대한 깊이가 풍부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합격 이후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봤다. 하지만 아직까지 회계법인 입사지원 서류도 제출하지 않았다. 회계사로서 회계법인 입사라는 길과 한의사로서 개원이라는 길 사이에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Q. 본인만의 합격 노하우가 있다면?

회계사 시험 합격자들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려 합격했기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고 말씀 드리기는 어렵다. 다만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꾸준히 노력하고 인내하라고 말하고 싶다.

전업 수험생보다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다소 부족한 여건 속에 있었지만 현실에 대한 불평은 일절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게 주어진 상황, 한의사로서 또 다른 학문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있었기에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이 컸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는 것이 시험 노하우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Q. 타 수험생보다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부족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수험기간 동안 첫째가 태어났고, 몇 해가 지나지 않아 둘째가 생겼다. 봉직의로서 경제활동을 해야 했고, 퇴근 후에는 아이들을 돌보며 틈틈이 수험공부에 힘을 쏟았다.

두 아이가 갓난아기일 때는 밤에 수시로 깨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경제활동도 당연히 해야 하고, 육아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들이 맞물려 수험생활이 순탄치 않았던 것 같다.

특히 기억에 남는 시기는 둘째가 태어나서부터 돌이 될 때까지의 1년이었다. 그 시간 동안은 제대로 숙면을 취해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새벽 무렵, 1~2시간 간격을 두고 넘어오는 아이의 울음소리로 인해 두근거리는 심장과 무거운 눈꺼풀을 하고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일상이 됐었다.


Q.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이들 덕분이다. 육아로 인한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밤에 전쟁을 치르고 낮에는 비몽사몽 상태가 됨에도 불구하고,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피로감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육아를 하는 엄마, 아빠들이 공감하는 일상이라 생각한다.

열악한 조건에서도 합격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하루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른 수험생들에 비해 적었지만 남이 1년 걸려서 끝낼 수 있는 양이라면 나는 2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이 있었기 때문이다. 

퇴근 후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함께 밥을 먹고, 책도 읽어주기도 했으며 놀기도 했다. 아이 목욕은 물론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기쁘고 소중하게 여겼다. 공부는 그 다음 일이라 생각했다.

공인회계사 합격자의 평균 수험기간이 3년이라고 한다. 나는 6년 정도 걸렸다. 남들보다 수험기간이 길었지만 그것이 내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Q. 가족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들었다. 

아내는 제 직업이 한의사인 만큼 하루라도 빨리 개원을 해 환자를 치료하는 멋진 한의사 임상의로서의 삶을 살아가길 원했다. 아내도 나와 같은 한의사이기에 위와 같은 삶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하고 싶다고 아내에게 이야기했을 때, 한의사의 삶 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삶을 이해해주고 존중해줬다. 생각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것이 말처럼 결코 쉽지 않은 것임을 잘 알기에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수험기간 동안 내 마음을 편하게 해줬고, 집안일과 육아에서도 그리고 아내로서 또 엄마로서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해줬다. 그렇게 든든한 나의 동반자이자 조력자로서 함께 해준 아내로부터 큰 힘을 얻었다.


Q. 합격 이후 다시 한의학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들었다.

한의대 졸업 후, 요양병원에서 근무한 기간이 길었고, 근무환경에서 마주한 환자군들이 다양하지 못했다. 또한 그 기간 동안은 회계사 수험생이기도 했기에 한의학 서적보다는 회계사 시험 관련 서적을 더 많이 살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나는 한의사이며, 임상의로서 역량을 기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준비했던 회계사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기에 그동안 미뤄뒀던 한의학 서적들을 진하게 마주하고 싶다.

특히 간질환의 많은 부분을 한의학 치료로 케어할 수 있도록 공부하고 싶다. 아버지께서 간암, 간경화 등을 겪으시며 힘들어하셨던 경험이 있어 내게는 큰 동기가 된 것 같다.

이와 관련해 시간이 날 때마다 이영태(울산강동한의원) 선배님께서 임상의로서 가르침과 대진을 수행할 기회를 주셨고, 현재도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선배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Q. 앞으로의 계획은?

합격만 보고 달려왔는데 막상 시험이 끝나고 나니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고민이 든다. 회계법인에 입사해 실무경험도 쌓고 싶고, 한편으로는 한의원 개원도 하고 싶다.

막연한 계획이지만 유능한 한의사 그리고 유능한 회계사가 되고 싶다. 동료 한의사 분들께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이 회계든 세무든 경영이든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

두 직업 사이에서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최선을 다해 길을 모색하고 그 길에 꽃이 필 수 있도록 정성껏 씨를 심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짧지 않은 수험기간동안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사랑하는 아내 지영씨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두 아들 승민, 시준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또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아버지, 어머니, 동생 그리고 멀리서 묵묵히 응원해주신 장인어른, 장모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가족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합격할 수 없었을 것임을 잘 알고 있기에 앞으로 살아가며 가족들에 대한 더 큰 사랑으로 보답하고자 한다.


인터뷰2.jpg

김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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