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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 아픈 사람들을 치유할 때 느끼는 최고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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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보람, 아픈 사람들을 치유할 때 느끼는 최고의 감정

4대째 백년가업 지켜온 홍성균한의원
홍성균 원장 “한의계 발전 위해 객관적, 과학적 접근 시도해야”

홍성균2.jpg
홍성균홍성균한의원장

 

 

길을 거닐다보면 ‘30년 전통 국밥집’ 등 오래됨을 강조하는 가게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하곤 한다. 막상 그 곳에 들어가면 낡은 의자, 테이블, 식기구를 마주할지언정 ‘오래된’ 타이틀에 부합하는 특별함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서울시 강남구에서 30년간 자리를 지켜온 홍성균한의원 역시 외관상 특별함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진료를 받고 나온 환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하나부터 열까지 치료에 필요한 것이라면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홍성균 원장의 섬세함을 진료를 통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100년이라는 시간동안 3대에 걸쳐 이어져온 홍성균한의원만의 특별함이다.

백년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홍성균 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입구에 걸려있는 사진들이 눈에 띈다.

우리 집안의 가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진들이다. 계단 입구에서부터 4대 홍은기(부산 자생한방병원 척추전문의)와 홍학기(인천 홍일한의원장), 3대 홍성헌(홍씨한의원 원장)과 나, 2대의 홍주표(수인당한의원 운영)에 이어 조부(홍순승)의 초상화다.

우리는 의료인으로서, 한의사로서 100년 가까이 대를 이어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힘쓰고 있다.


Q. 조부님이 100년을 이어온 한의원의 시초라고 들었다.

조부(故홍순승 원장)께서는 서울 장안의 3대 명의로 이름을 떨치셨다. 현재 경희대 한의과대학의 전신인 동양의과대학에도 큰 공헌을 하셨다.

특히 그는 1919년 이른 나이에 개원해 일제강점기 그리고 6.25전쟁 등을 겪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인술을 펼쳐 사람들에게 선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조부는 숨을 거두기 전까지 오로지 환자들만 생각했던 선인이었다. 한 예로 조부께서 몸이 많이 편찮으셨을 때, 그가 돌보던 환자가 한의원을 찾았다. 시중을 보던 사람이 조부께 의중을 묻지 않고, 진료를 볼 수 없으니 다음에 올 것을 권유했는데 그 얘기를 들으셨던 그는 “날 보러 온 사람을 왜 너희가 돌려보내느냐”라고 꾸짖기도 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돌아가셨다. 지금 돌이켜봐도 조부께서는 내가 봐왔던 한의사 중 가장 책임감과 사명감이 투철하신 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참 멋지신 분이었다.


Q. 조부님에 대한 존경심이 남다르신 것 같다.

훈민정음 서문은 다음과 같다.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 싶어도 그 뜻을 펴지 못한다. 내가 이것을 딱하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었으니 사람들이 쉽게 익혀서 날마다 편리하게 사용하기를 바란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이유 중 하나는 백성들이 복잡한 한자를 배우지 못해 부당한 일을 당했기 때문이다.

조부께서는 한의학의 여러 치료법이 한자로 기재된 ‘홍가정진비전’ 뒤편에 한자를 읽을 수 있는 사전을 붙여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한의학서는 한자로 표기돼 있어 그 당시에도 널리 활용되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었다.

요즘도 매일같이 환자들이 앓고 있는 질병들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없는지 ‘홍가정진비전’을 뒤져보곤 한다. 책을 읽을 때마다 열악한 환경들을 개선하기 위해, 또 환자들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한 조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Q. 한의사가 되고자 했던 계기는? 

오랫동안 한의원을 운영했던 집안에서 자라왔기에 아픈 환자들을 자주 접했다. 몸 아픈 사람들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가족들의 모습에 본받을 점이 많다고 생각했었다.

또한 내 자신이 어려서부터 건강하지 못했다. 특별하게 아픈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몸이 강인하거나 활발하지 못했던 성격 탓에 쇠약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여러모로 생각하다 보니 의료인이 돼야겠다는 갈망이 생겼고, 대대손손 아픈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시는 조부, 숙부님의 모습을 보고 한의사가 돼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한의사가 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 나이, 연배에 있는 사람들이 가지는 쇠약함, 허약함 등 병적 증상이 점점 치유됨을 느끼는 순간 가장 큰 보람을 느끼게 된다.


Q. 40여 년을 진료하면서 기억에 남는 환자는?

90년도 말에 은행 직원 분을 환자로 맞이했던 적이 있다. 은행에 볼일이 있어 갔었는데 내가 한의사임을 알고는 난임 때문에 오랫동안 고생을 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더라.

난소에 문제가 있었던 그녀는 8년 넘게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했지만 임신이 되지 않아 그 마저도 그만 둔 상태였다.

우선적으로 몸의 기능을 활성화 시킬 수 있도록 침 치료와 한약 복용을 병행시켰다. 1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싸웠는데 어느 순간 한의원을 방문하지 않더라.

10년이 지난 어느 날 아들 3명을 데리고 한의원을 방문한 그녀는 1년이 지나 바로 임신이 됐는데 타지로 발령이 나 한의원을 방문하지 못했다며 그 당시 함께 노력해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왔었다.

엄마가 된 그녀가 아들에게 “널 만들어 주신 분이야”라고 나를 소개했을 때의 그 따뜻함이 아직도 생각난다.


Q. 한의계가 발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하나?

동의보감이 편찬됐을 당시만 해도 많은 한의사들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환자들을 돌보고자 노력을 많이 했다(자성의 원리를 활용해 내장기관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방법 등).

한의계가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모두가 안다. 하지만 한의원을 방문하는 내원자들이 확인하고 느끼지 못 한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환자를 치료하는데 한방, 양방을 나눌 필요는 없다. 한의학이 기존에 갖고 있던 신비주의적 형태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환자들을 위해 치료에 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인류, 사람들이 생존하는데 꼭 필요한 영역이 바로 의학 분야라 생각한다. 의사, 한의사 편을 나눌 때가 아닌 서로 미흡한 것은 보충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으면 알려주면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후학들이 올바른 마음을 갖고, 한의계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힘 써주길 바란다.

 

홍성균1(홍가정진비전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홍성균 원장의 모습).JPG

IMG_4587.jpg
백년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홍성균한의원 전경.

 

김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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