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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여의도책방-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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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여의도책방-7

한의학은 친생태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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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겨레신문을 넘기다가 가장 반가운 마음으로 읽게 되는, 그래서 가장 오래 시선과 마음이 머무는 페이지는 단언컨대 김종철 선생님의 칼럼이다. 『김종철 칼럼』의 말미에 따라오는 ‘녹색평론 발행인’이라는 소박한 일곱 글자가 선생님의 소속을 알려주었고, 선생님 덕분에 처음 접하기 시작한 『녹색평론』은 감히 ‘잡지(雜誌)’라 부르기에도 송구스러운 그래서 내게는 사상지의 느낌을 주는 ‘순지(純誌)’로 자리잡았다. 

국회도서관에 들를 때면 『녹색평론』을 챙겨 읽었다. 신문이나 주간지, 월간지에서 접할 수 있는 많은 기고글보다 깊이나 길이 면에서 압도적인 까닭에 그 자리에서 다 읽기에는 버거웠지만 가끔 인상깊은 글들은 오히려 쉽고 빠르게 읽히기도 했었다. 

그렇게 알게 된 저자와 그 저자들의 전작들을 따로 찾아 다시 읽는 방식으로 그렇게 『녹색평론』은 내게 여러 분야로의 시야를 틔워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2020년 1∼2월호부터는 정기구독을 신청해 2개월에 한번씩 집에서 받아보니 간만에 정기구독의 반가움과 기다림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었다. 이번 기회에 <월간 디자인>이나 <BBC 사이언스> 같은 잡지도 구독을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름신의 강림 여부에 따라 아직은 열린 결말이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역병의 근본적 대책, 정신적·육체적 면역력 증강에서 방향 찾아야 ‘강조’ 

6월 말에 미리 배송이 된 『녹색평론』 7, 8월호의 목차를 보니 김종철 선생님의 『코로나 시즌, 12개의 단상』이 실려있었다. 그에 앞서 2020년 4월16일자 한겨레신문의 『김종철 칼럼』 “코로나 환란, 기로에 선 문명”에 다 못 쓰신 내용을 『녹색평론』으로 보완하셨겠다 싶은 반가운 마음에 칼럼과 평론집 글을 번갈아 읽게 되었다. 

“역병이 창궐할 때마다 백신과 치료제를 찾느라고 허둥댈 것인가. 물론 당장은 기술적 해법을 찾아야 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우리 모두의 정신적, 육체적 면역력을 증강하는 방향이라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더 이상의 생태계 훼손을 막고 맑은 대기와 물,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한 토양의 보존과 생태적 농법, 그리고 무엇보다 단순, 소박한 삶을 적극 껴안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를 구제하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도 마스크, 손씻기도 아니다. 또 장기적인 고립생활이 면역력의 약화를 초래한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공생의 윤리를 부정하는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면역력을 체계적으로 파괴하는 탐욕이라는 바이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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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칼럼의 마지막 문단이 너무 좋아서 이 부분만 따로 프린트를 한 후 진료실 게시판에 걸어두기도 했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시는 국회 직원분들과 같이 공유하고 싶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향기로운 교훈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나 바로 그 다음 날이었나 기억이 분명하진 않지만 “한국 생태주의 지평 연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 별세”… 선생님의 부고 기사를 읽었다. 6월25일이었다. 

선생님은 『녹색평론』 7, 8월호에 마지막 글을 게재하시고 그렇게 영면에 들어가셨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칼럼이나 평론집의 글을 통해 선생님께서 지속적으로 설파하셨던 생태사상, 환경과 평화에 대한 의식을 미약하게나마 내 안에 유지시킬 수 있었다 생각했는데 갑작스런 선생님의 비보를 접하니 다시 한 번 ‘우리 모두 노인이 되고, 언젠가 우리 모두 고인이 된다’는 자연의 섭리가 무겁고 또한 무섭게 다가온다.


현실 세상에선 한의학을 친생태적으로 간주할까?

녹색, 생태, 친생태적, 친환경적…. 이런 류(!)의 단어들은 한의학적인 그 무엇과 맞닿아있을 것 같은 가치를 지닌 단어들이다. 우리는 자주 한의학은 자연의학이고 자연은 안전하며 심신의 이완을 함께 도우며 등등의 불라불라를 보태 우리 내외의 이미지를 구축해왔고 지금도 열심히 광고 중이다. 

그러나 현실은, 세상은 한의학을 그리 친생태적인 분야로 간주해주지는 않는 것 같다. 최근의 웅담 관련 뉴스를 접하며 “한의학은 과연 친생태적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웅담과 한의학은 엄연히 다르다.   

2020년 6월22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기사제목은 “웅담 먹겠다고…반달가슴곰 불법 도축부터 취식까지”였다. 

경기도 용인의 한 사육곰 농가에서 반달가슴곰을 불법으로 도살하고 곰고기를 먹은 사실이 한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확인됐으며 특히 도살 과정이 새끼곰들을 포함해 다른 곰들이 보는 앞에서 이뤄졌다는 것이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해당 농가는 코로나19 등 다양한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건강한 삶을 위해 반달곰 웅담 특별할인 판매를 진행한다는 광고 문자를 뿌렸다고 한다. 

 

도살 당일 농가 주인은 뜬장(동물들의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밑면에 구멍을 뚫은 장) 안 곰에게 마취총으로 진정제를 주사했고 5분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올가미로 곰을 잡아당겨 혀를 자르고 피를 빼냈다는데 새끼곰을 포함해 다른 곰들은 곰이 포획될 때부터 해체되는 순간까지 지켜봐야 했다고 한다. 

이는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것이기도 하고 또한 재수출 용도로 기르는 열 살 넘은 사육곰은 도축하는 순간 약용 등의 ‘가공품’으로 곰의 용도는 변경되는데 이 때도 웅담은 채취할 수 있지만 고기를 먹는 건 야생생물법 위반이다. 

하지만 이 농가는 상차림을 준비했고 곰의 발까지 잘라냈다고 한다. 곰 한 마리에서 채취되는 웅담은 시중에서 5∼700만원 정도에 거래된다고 알려져 있다.   

연이어 2020년 6월29일자 『연합뉴스』는 “웅담 불법거래 방지를 위해 영산강환경청, 곰 사육시설 특별점검”을 보도했다. 

 

웅담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낭설의 확산에 따른 불법 도축을 예방하기 위한 조처로 개인이 운영하고 개체 수가 많은 곰농장 5곳을 특별점검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출생, 용도변경, 폐사, 양도, 양수 등 신고사항을 제대로 이행했는지와 사육시설의 관리 상황을 살펴보고 불법 도축 여부를 확인하고자 곰 사육 두수를 면밀하게 조사할 방침인데 기사 마지막에는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의 “웅담이 코로나19 예방에 좋다는 낭설에 현혹되지 말라”는 당부를 인터뷰로 첨부하였다. 

다시 2020년 7월1일 『한국일보』는 “웅담용으로 길러지던 사육곰 22마리, 미국으로 갈 수밖에 없는 사연”이라는 제목으로 웅담 판매를 위해 사육되던 국내 사육곰 22마리가 미국의 보호구역(생츄어리;sanctuary)으로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1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육곰 농가를 설득해 22마리의 사육곰 구조와 폐업에 대해 합의했다”며 “구조한 곰들은 내년 미국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와일드 애니멀 생츄어리(TWAS; The Wild Animal Sanctuary)로 이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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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성 한약재에 대한 음습한 보도…“씁쓸한 마음”

위와 같은 웅담 관련 보도기사의 자료화면으로 실린 “웅담의 효능” 다섯 글자를 읽는 내 얼굴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으로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웅담을 채취하고 곰고기 밥상을 세트상품으로 프로모션까지 진행해가며 곰에 환장한 사람들을 직접 상대하는 곰농장 주인들과 한의사들이 어찌 동급이랴마는 이런 동물성 한약재에 관한 음습한 보도들을 접할 때마다 가슴 속을 파고드는 씁쓸함은 감출 도리가 없다. 동신대학교 목동병원 시절에 물리적인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로 SBS 방송작가들이 급하게 SOS를 보내와서 “아구찜의 효능”, “노루궁뎅이버섯의 효능”, “김치의 효능” 등의 방송영상을 위해 1∼2분짜리 허접한 내용을 급하게 읊조렸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그렇다. 이 기분의 다른 이름은 수치심이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Moderna)가 COVID-19 백신 개발을 위한 초기 임상시험에서 시험 대상자 45명 전원이 항체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는 7월14일자 로이터통신의 보도를 접하며 이와 동시에 전국민 앞에서 한의사의 명예를 걸고 면역에 도움이 되는 검은콩, 검은깨, 버섯의 효능을 프로페셔널하게 발표 중이신 멋진 선후배님들을 목격하고 있노라니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하며 SBS의 추억을 떠올리기에는 그 맛은 너무도 썼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과 잔혹하기 짝이 없는 곰농장의 웅담 채취현장. 이 극명한 차이는 한의계에 20년째 몸담고 있는 내게 다른 몇 가지 카테고리로의 확장을 그리고 웅담의 맛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 맛은 아무래도 “쌉 쏘 오 름!!!” 정도로 표현해 볼 수 있으려나?!  


반다나 시바, 전통적 건강관리와 지식체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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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많아서 못다 읽고 덮어두었던 <녹색평론> 5~6월호(p.41~47)에는 인도의 물리학자이자 생태운동가인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의 블로그 글이 번역되어 실려있었는데 그 중 일부를 아래에 옮겨보고자 한다. 

“세계의 전통적인 건강관리체계들은 토착사회가 식민지로 전락하면서, 그리고 제약산업의 압력에 의해 불법화되었다. 우리는 지구와 지구의 생물들과 우리의 신체를 분리하고 식민화하는데 기초를 두고 있는 환원주의적, 기계적, 군사적 패러다임을 버리고, 아유르베다와 같은 전통적 지혜로 돌아가야 한다. 아유르베다의 관점에 의하면 인간은 지구 생물체들로 구성된 그물망의 일부이며, 우리의 신체는 복잡하고 자기조직화된 살아있는 시스템이다. 

즉 우리의 건강이 주변 환경과 우리가 재배하여 먹는 식품에 달려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건강은 조화와 균형을 뜻한다. 건강은 연속체이다. 토양으로부터 식물로 그리고 인체 내의 미생물 생태계로 연결되어 있다. 세계적 보건 비상사태에 직면한 지금이야말로 상호 연결성에 기반을 둔 전통적 건강관리와 지식체계를 재인식하고 부활시켜야 할 때이다.”

 

반다나 시바의 지적처럼 제약산업의 압력과 자본 앞에 인도의 아유르베다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거의 비슷한 강도로 대한민국의 한의학 또한 한의사 제도만 면허로 살아있을 뿐 부당한 취급을 감내하고 버텨온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있다. 

조화와 균형, 전통적 지혜, 상호 연결성, 전통적 건강관리의 재인식과 부활. 얼마나 아름다운 말들의 잔치인가. 

그럴 듯한 언어 속에 담긴 철학은 고매해 보이지만 이러한 사상들의 실용적 실천과 보편적 의료로의 적용은 오히려 그 한계의 발톱을 예리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만 같다. 

아직도 진행 중인 코로나19의 비상사태 속에서 한의학은 “면역력에 도움을 주는 00의 효능” 수준을 뛰어넘는 그 어떤 친생태적 지혜를 인류 보편에게 공유시킬 수 있을지 보다 진지한 탐색이 필요해 보인다. ‘나혼자 산다’를 뛰어넘어 ‘다같이 잘살자’라는 공생공락(共生共樂)의 포용력만이 우리 모두의 면역력을 파괴시키는 탐욕이라는 바이러스를 퇴치시킬 수 있다는 김종철 선생님의 큰 뜻을 되새기며 선생님의 영면에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인다.

신미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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