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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서 한약 처방으로 응급 상황 대응… 응급 한의의료 가능성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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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람

“병동서 한약 처방으로 응급 상황 대응… 응급 한의의료 가능성 확신”

권승원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조교수, ‘응급질환 한방진료 매뉴얼’ 역자 참여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나카에 하지메 아키타대학대학원 교수의 ‘응급질환 한방진료 매뉴얼’ 신간에 역자로 참여한 권승원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조교수에게 참여 계기와 응급한의의료에 대한 생각, 앞으로의 과제 등을 들어봤다.

권승원2.jpg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조교수로 근무 중인 권승원이다. 한방내과전문의 취득 후, 육군 군의관으로 복무했으며 이후 학교에서 근무할 기회를 얻어 현재에 이르게 됐다. 고교시절 일본어를 전공한 점, 은사이신 조기호 교수님과의 만남 등을 계기로

일본동양의학회에 매년 참가하고 있다. 일본과 왕래하며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 환경에서 한방약을 활용하고 있는 일본의사들의 모습을 국내에 소개하는데 큰 흥미를 느껴, 지금까지 약 20권 이상의 일본 한방관련 서적을 번역하여 출간했다.

 

Q. ‘응급질환 한방진료’ 역자로 참여했다.

전공의 시절부터 지금까지 뇌혈관질환이나 퇴행성 뇌질환 환자를 위주로 한 병동환자를 진료해 왔다. 병동환자들의 다양한 호소에 그때그때 즉각 효과를 낼 수 있는 한약처방을 자주 활용하곤 했다. 운이 좋게도 저희 병원인 경희대학교한방병원에는 수백여 종의 원내조제 엑기스제와 제약회사에서 제조한 사입 엑기스제가 있어서, 즉시 대응해야 하는 병동환자의 ‘온콜’ 상황에서 즉각 효과를 낼 수 있는 한약처방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은 즉각 효과가 필요한 응급외래에서도 한약 엑기스제를 활용한 치료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품게 했다.

이 책의 저자인 나카에 하지메 선생은 2011년 ‘EBM에 근거한 응급, 집중치료영역의 한방 사용법’이라는 책으로 처음 알게 됐다. 당시 전공의 3년차였던 나는 이 책에 큰 감흥을 받았다. 오령산·시령탕·영계출감탕·육군자탕·작약감초탕·대건중탕·향소산·치타박일방·십전대보탕·억간산등 10개 처방의 근거에 입각한 응급질환·집중치료영역에서의 활용법이 나와 있었는데, 매번 촌각을 다투는 응급의학 전공의사가 근거에 기반해 한약처방을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나카에 선생이 단행본 신간을 낸 사실을 알게 됐다. 원제는 ‘급성기한방매뉴얼’이었다. 아마도 저자께선 2011년의 ‘EBM에 근거한 응급, 집중치료영역의 한방 사용법’ 감수 이후에도 계속 한방처방을 활용한 임상을 해오신 것 같다. 책을 보니, 이번에는 근거뿐만 아니라 저자 본인의 임상경험 등 훨씬 풍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2011년 이후 약 9년의 시간 동안, 사용하는 처방의 종류부터 사용할 수 있는 분야 등의 스펙트럼이 지속적으로 확대돼온 셈이다. 그래서 국내에선생의 책을 소개하자고 마음먹게 됐다.

 

Q. 이 책이 어떤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가?

즉각 효과를 내야 하는 응급상황에서 어떤 한약처방을 활용하면 좋을지 막막한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읽어보시면 ‘특별한 처방이 있다기보다는 평범한 처방들로도 이러한 효과를 낼 수 있구나!’ 하는 점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제목에 ‘응급질환’이라는 키워드 때문에 외래를 보는 한의원에서의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목차 면면을 살펴보면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급성장염·두통·요통·슬관절염·두드러기·어지럼증 등에 대한 대처법도 나와 있다. 외래 환자 중 급

성적인 증상을 호소하지만 이학검진 또는 신체검진 상 특별한 검사가 필요해 보이지 않는 경우, 또는 응급실에 갔지만 검사상 특별한 이상이 없어 바로 귀가 조치된 환자가 다음 날 계속되는 증상완화를위해 한의원에 내원한 경우도 마찬가지

다. 환자의 증상에 대처할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해 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병동환자를 주로 보는 분들에게는 더 욱 도움이 될 것이다. 병동환자의 각종 콜에 원내에 비치된 엑기스제를 활용한 임상을 해 가는데 도움이 될 정보가 다수 수록돼 있다.

 

Q. 한약이 응급의학에 적합하다고 보고 있는가?

저자는 한 번에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응급의학적 특성이 한 가지 처방으로 다양한 효과를 내는 한의약적 특성에도 부합하다고 봤다. 일단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 가지 처방으로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이른바 ‘멀티 타깃’ 작용은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응급상황에 적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약처방은 서양의약과는 달리 ‘인체 자체의 저항력’을 활용하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도 응급질환에 또 다른 선택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응급상황에 놓인 환자들은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증상 자체가 어떤 병태생리학적 기전에 의해 발생했든지 일단 증상 자체가 조절되길 희망하는데, 병태생리가 명확치 않더라도 대증치료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한약이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한의 응급의학이 발전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국내에서는 ‘한의응급의학’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의응급의료를 제도적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제도권 내 한의학의 활용방안을 담은 보건복지부의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만 봐도, 한의응급의료는 빠져있고 응급의료 기본계획에도 한의사는 배제돼 있다. 법률과 제도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는 한의사가 배제되다시피 되어있고,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역시 한의의료서비스는 전무한 상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6장’에 등장하는 응급의료기관 지정에 관한 법이 제정된 후, 해당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한방응급실’이라는 명칭의 진료시설을 개설할 수 없게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요건을 만족하는 한방병원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이런 여러 이유 때문에 한의응급의료는 실종되다시피 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하지만 나카에 하지메 선생의 이 책은 현재 한의학의 위기가 제도의 문제일 뿐, 우리 전통동양의학의 한계가 아님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나는 한의사와 한의 의료가 응급의료에 도입될 수 있게끔 적절한 제도적 개선과 입법을 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이원화된 현 의료체계를 최대한 활용해 내기 위한 정부당국자와 정치인들의 의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한의학의 학문적 기반, 근거창출은 학교와 연구시설에서 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한의의료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제도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학문과 현실의료는 별개라는 의미다. 학문이 아무리 융성하더라도,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면 그저 학문에서 그치게 된다. 정부 당국자나 정치인들이 대학이나 연구시설에 대한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소중한 우리의 의료자산을 충분히 활

용할 수 있는 전향적 태도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Q. 감염병 등 재난 상황에서 응용할 수 있는 한의학적 처방을 소개한다면?

소시호탕을 꼽을 수 있다. 지난 7월, 한국 한 의 학 연 구 원 에 서 발 간 하 는 IMR(Integrative Medicine Research)에 코로나19에 대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서 소시호탕의 가능성을 주제로 리뷰논문을 게재했다. 소시호탕은 B형이나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비롯한 다양한 바이러스성 감염질환에 임상근거와 실험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 중국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청폐배독탕에도 소시호탕이 구성약물 중 하나로 포함돼 있다. 국내에선 보험적용이 되는 56종 처방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도 소시호탕은 다양한 처방과 배합되며 다양한 감염성 질환의 각종 상황에 활용돼 왔다. 시호계지탕·시박탕·시함탕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소시호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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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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